| 최근 10년 동안 아시아의 공포영화가 만들어낸 성과는 자신의 나라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기 전에 아시아 공포의 물꼬를 튼 것은 일본이었고, 이후 한국과 홍콩,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뒤따랐다. 이 가운데 한국은 영화산업의 규모를 팽창시키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포 영화들을 실험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에서 상업적 모델의 추구와 작가적 욕망이 충돌하면서 수많은 파편들을 만들어낸 시기였다. 상업영화의 맥락에서 보자면 90년대 초의 로맨틱 코미디도, 이천 년대의 조폭이야기도, 한국관객들의 기호에 맞추어 상업적으로 가능성 있는 모델을 찾아가려는 거대한 흐름의 하나였다. 올해까지 5편이 만들어진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 아래에서 이러한 흐름들을 담아냈던, 그래서 모든 작품들이 각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불균질적인 작품군이다. 어떤 작품은 상업적 공포를 추구했고, 어떤 감독은 여고생의 심리적 균열을 서정적으로 담았다. 언제나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배우를 기용한다는 전통은 지속적인 공포 시리즈를 방해하는 장애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양날의 칼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공포영화를 한국영화의 중심으로 편입시키고 새로운 인재를 길러낸 이 시리즈의 역할은 같은 시기 한국영화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한다. 여고괴담의 생명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시간이 대답하겠지만, 지난 10년간 다섯 편의 영화로 인상적인 순간을 주조해 냈던 이 시리즈의 성과를 살펴보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권용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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