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체코는 영화에서 문학까지 SF장르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SF강대국이다.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다양한 지역의 SF장르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체코의 SF문화는 20세기 초부터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배출해 왔다. 특히 테크놀로지에 대한 상상력과 철학적 고민이라는 SF적 바탕에 코미디의 요소를 섞어내는 체코SF 고유의 특징은 이후 많은 SF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주한체코대사관의 후원으로 마련된 체코SF특별전은 유럽 SF문학의 전통을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로 녹여낸 체코 SF영화, 그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걸작 중의 걸작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특히 이번 특별전을 위해 체코 SF문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온드레이 네프(Ondrej Neff)가 방한, 체코 SF영화와 문학의 정수를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우주선 이카리 XB 1호의 승무원과 반란을 꾀하는 로봇 사이의 분투를 그리는 인드리치 폴락의 <이카리 XB 1>은 안드레이 타프콥스키와 스티븐 소더버그가 영화로 옮긴 바 있는 <솔라리스>의 원작자 스타니슬라브 렘의 <마젤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쥘 베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카르파티아의 신비한 성>은 체코 SF영화의 거장 올드리치 립스키의 걸작. 여기에 사지절단 코믹 좀비영화로 체코 장르영화의 건재함을 알렸던 <못말리는 좀비들> 역시 으로 체코 장르영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박진형)